이란 핵위기와 한반도

서울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은 “미국이 정말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냐” 는 질문을 받곤 한다. 앞으로 수년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 문제는 한국인의 안보에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핵무기 확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잠재적 공격목표는 북한이 아니라 이란이다. 미국은 이란 핵문제를 외교적인 해법으로 풀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이란의 지속적인 핵 기술 추구에 대응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란의 핵야망을 늦추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란 핵문제가 위기로 치달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이란이 핵으로 무장하거나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이 터지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서도 아찔한 상황이다.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최근 몇년 사이에야 전모가 밝혀졌다. 지난 18년간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위반하며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IAEA이사회는 이란이 IAEA와 합의한 안전조치 협정을 위반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사실을 보고받고 가능한 대응조치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해 이란의 우라늄농축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이란은 핵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4월 중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이 이미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고 선언했다. 핵개발을 위한 이란의 기술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 대통령의 선언은 이란이 5 – 10년보다 더 가까운 시기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보유하리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서방 정보기관들은 수개월전에 이란의 핵개발이 5~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유럽은 지금까지 러시아·중국과 협조해 이란에 대해 핵개발은 철저한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려고 노력해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이란이 태도를 바꾸면 경제지원 조치들을 늘여나갈 것이라는 점도 약속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대(對)이란 제재에 반대함으로써 이란의 핵개발에 공동으로 맞서려는 국제적인 노력은 약화돼왔다. 이렇게 되자 테헤란 정부는 국제적 의무를 위반해도 실제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은 없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테헤란 정부가 얻은 결론은 사실 북한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란이 보기에 평양은 핵의무를 위반했고 핵무기까지 개발했지만 어떤 실제적인 처벌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이란이 북한과 똑같은 길을 걸어간다면 북한의 핵개발 노력을 종식시키지 못한 모든 나라들, 즉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은 이 사태에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이란을 다룰 수 있는 선택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조치들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이란 지도자들이 정치적 절충에 관심이 없다면 남은 선택은 유엔의 뒷받침이 없는 제재나 이란의 핵개발 노력을 지연시킬 수 있는 군사행동 등일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국제법에 반드시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는 오히려 또 한번 자발적 동맹(alliance of willing·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에 동참한 동맹국들)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두가지 선택 역시 이란의 핵개발을 영원히 끝장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지역 및 전지구적 차원에서 경제안보 측면의 위험을 수반할 것이다. 우선 유가가 더욱 오를 것이다. 이란 역시 자국에 대한 제재나 군사행동에 대응해 보복할 수 있는 재래식 혹은 비대칭적 수단들을 많이 갖고 있다. 이슬람권과 서방의 충돌 역시 악화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안보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유사한 행동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핵능력을 과시해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될 것이다. 북한은 영변원자로에서 더욱 많은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거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하거나, 나아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런 조치들은 서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은 한국의 지도자들에게 중동 문제의 해결책 마련에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세계에서는 미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 워싱턴은 오래전부터 그런 점들을 이해해왔으나, 이제는 서울이 이같은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이란의 핵 위험을 풀기 위한 진정한 해법을 찾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영어원문은 www. munhwa. com

[[존 울프스털 ·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
출처 : 유일석간 살구빛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