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Nesf-e-Jahan 이라는 말에서 Esfahan이 유래함)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스파한은 이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고 2006년 이슬람 국가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이란의 관광도시이다.
터키의 이스탄불과 함께 이슬람 문명권에서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에스파한에는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 명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관광지 주변의 정보도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첫 차례로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9%를 차지하는 이란 땅에서 기독교 소수 종족으로 살고 있는 아르메니안들의 자랑거리인 벙크 교회 방문기이다.
5년 전 처음으로 이란에 여행와서 “아니 이란에도 이런 교회가??” 하고 놀랐던 바로 그 교회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에스파한 졸파의 벙크 교회이다. 입장료는 3만 리얄(우리 돈 약 3천원 정도)로 비싸다. (에스파한의 다른 관광지 입장료가 5천 리얄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곳이다..^^) 나는 지금은 이곳에서 학생으로 살고 있기에 현지인 요금을 내서 5천 리얄에 들어갔다. ^^
벙크(아르메니아 어로 수도원이라는 뜻) 교회는 압바스 2세가 다스리던 시절에 만들어 졌으며 다른 이름으로는 the Cathedral of All Saviors 라고 불린다. 당시 이 교회를 만들기 위해 아르메니아 인들은 직접 재정을 모금했다. 또한 벙크 교회 내부의 많은 그림과 인테리어 장식을 위해서는 카제 아바디크 스테파누시안(Khajeh Avadich Stepanusian)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내부의 그림은 네델란드와 이탈리아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아르메니아 인들 화가들이 직접 그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의 내용들이 요약되어 사방의 벽면과 천장에 그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성 그레고리안 이라는 순교자의 고문 받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여행을 많이 하면서 교회 벽화를 많이 본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보는 중세 시대 교회의 그림들과 비슷한 인상을 받을 거란 생각이 든다.
최근에 보수공사를 통해서 그림의 선명도는 뚜렷해 졌지만 안타깝게도 근처 베들레헴 교회의 벽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역사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벙크 교회는 외적인 것에 대한 놀라움 보다는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그것도 시아 이슬람을 국교화 했던 사파비 왕조에서 이런 교회가 만들어 지고 예배가 드려지고 이들이 기독교 신앙을 유지해 왔다는 역사성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졸파지역의 역사성에 대한 설명은 다음 시간에…^^)
교회 건물 입구에 종탑이 서 있다. 한국 예전 교회들에는 종탑이 늘 있었던 것 처럼..그 옆에는 몇 명의 무덤이 있다. 또한 교회 정문 입구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는 아르메니안과 이란 관련된 상품들을 팔고 있다. 이란에서도 갖가지 수공예 품으로 유명한 에스파한의 특산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낙타뼈와 코끼리뼈등 갖가지 동물의 뼈로 만든 보석들은 독특한 문양의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교회 예배당 내부로 들어가면 화려한 그림들이 교회를 장식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교회로서의 본래 기능인 예배하는 처소로써의 기능을 상실하여 단순히 관광지로서의 역할과 옆 건물의 아르메니안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참 옆 건물의 박물관에는 아르메니안 전문 박물관으로 아르메니아인들 관련하여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서 받은 입장권을 잃어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수백년 된 손으로 직접쓴 아르메니아 성경들이 각각 크기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전통복장과 역사들 그리고 이들의 예술적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초에 터키에서의 아르메니아 인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터키에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 역사가 가지고 있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가장 놀라운 소장품은 성경 말씀이 쓰여있는 머리카락이다. 약 30년 전에 10대 여자의 머리카락에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글씨를 새겨넣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이란 사람들의 그것에 감탄을 했다. 현미경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직접 눈으로 글씨를 볼 수 있다. 그냥 말씀이 아니라 머리카락에 새겨져 있는 잠언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벙크 교회 인근의 졸파 지역은 에스파한의 주요 상업지대로 많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레스토랑과 커피숍들도 많이 있다. 특히 정문을 나와서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졸파호텔 식당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1인당 4천원 정도면 맛있는 케밥과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