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란 국방차관 터키서 실종 한 달 … 행방 논란 [중앙일보]

이란 `납치됐다` 아랍 언론`서방에 망명`
지난달 터키 여행 중 실종된 전 이란 국방차관 알리 레자 아스가리(63)의 행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납치와 망명을 놓고 이란과 이스라엘, 중동과 서방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방에 망명해 정보 제공”=아스가리는 2월 7일 터키 이스탄불의 한 호텔에 투숙한 뒤로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8일 “아스가리가 서방 정보기관에 협력하고 있으며 과거 헤즈볼라와 이란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랍권 언론들은 망명설에 무게를 두고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한 달이 넘도록 그가 납치된 흔적이나 증인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 방송도 이날 “아스가리가 국방차관에서 물러나면서 ‘반정부적’ 성향으로 돌아섰다”며 “가족과 함께 유럽의 한 국가에서 보호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앞서 7일 범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그가 북유럽의 한 국가에서 군사 전문가들에게 비밀 정보를 털어놓은 뒤 망명 권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전문가인 메나셰 아미르는 “부인과 아이들이 아스가리의 실종 전에 이란을 빠져나왔다”며 망명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정보 때문에 서방에 피랍”=일부에선 피랍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에 서방 정보요원이 아스가리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군사전문지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중동 지역의 핵 정보를 가진 사람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납치할 가치가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와의 관련설도 거론되고 있다. 아스가리가 1980~90년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창설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절실한 이스라엘 등에 의해 납치됐거나 보복 살해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모사드 요원이었던 람 이그라에 따르면 아스가리는 과거 헤즈볼라의 핵심 지원세력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지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