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화장품시장 잃게되나

국내 화장품업계의 중견기업인 A사는 최근 이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15여 년 간 공들여 온 주력 수출길이 막힐 고비에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현지 에이전시와 전년 대비 20% 정도 증가한 수출 계약을 맺어놓은 상태였지만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목표 물량의 40% 가량을 미달할 위기라는 것이다.
현지 관계자가 사태 해결을 위해 부랴부랴 내한하기로 했지만 국가간의, 그것도 미국이 개입된 문제라 회사 차원에서 세울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미국의 이란 금융제재 때문에 국내 화장품업계의 수출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국이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발효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이란과의 직접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잇따른 추가 제재로 제3국을 통한 거래도 쉽지 않게 돼 수출이 유보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이란 제재에 우리나라가 동참하면 이란 역시 관세 인상 등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커 결국 이란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국내 화장품업계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이란 화장품 수출실적은 806만 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중동지역 최대 고객임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일본·홍콩·대만·미국·싱가포르·베트남·태국에 이은 10위권 내의 거대 수출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종합무역정보포털(KOT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이란으로 수출된 화장품은 472만 달러어치로 전년 동기에 비해 23.2%나 늘었다.
특히 이란의 화장품시장은 성장 속도도 빨라 국내 화장품업계의 전략적 수출 국가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던 터였다.
코트라 테헤란KBC에 따르면 이란은 그동안 전통 문화에 따라 기혼 여성들만 화장을 했으나 최근 서양 트렌드에 노출된 젊은 여성들이 매일 화장하는 것이 습관화되면서 수입 화장품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1,400만명 가량의 이란 남녀 소비자가 구매하는 화장품이 연간 21억 달러에 달해 이미 세계 7위권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이라 화장품 사용량이 매우 많은 편이라는 게 테헤란KBC의 설명이다.
밀수나 위조 화장품의 비중이 높아 시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이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산 화장품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4.9% 정도다.
인근 국가인 아랍에미레이트(27.7%)와 Kish자유무역지대(21.2%), 터키(10.7%)를 비롯해 프랑스(7.8%), 독일(5.4%) 등이 주요 경쟁대상으로 국내 화장품업계는 이번 사태가 이들 나라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